버버리 ‘소각 중단’.. 의류업계 재고처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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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급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팔다 남은 의류의 소각처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재고품 처리가 세계 의류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버버리를 포함해 명품 브랜드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이 도둑맞거나 싸게 팔리는 것을 막는 등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 소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버버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보호를 위해 막대한 양의 재고 의류 등을 소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자원낭비와 함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류재고처분 사업체인 ‘쇼이치’사의 야마모토 쇼이치 사장이 11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최근 유명 의류업체에서 의류 30만점을 구입했다"고 털어 놓았다.

국내외 대형 의류메이커를 중심으로 600여개 업체와 거래하는 이 회사 창고에는 의류와 잡화 등이 든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가의 몇 % 정도 가격에 사들인 재고품은 인터넷 통신판매 사이트에 올리거나 자사 점포에서 판매한다. 업체가 요청할 경우 상표를 제거해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중고 의류를 태국과 파키스탄 등에 수출하는 또 다른 회사에도 산업폐기물 사업을 하는 회사로부터 월 10톤 정도의 구입요청이 온다고 한다.

이들 재고 처분업자에게 어느 정도의 의류가 흘러가는지, 어느 정도의 양이 폐기처분되는 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연간 100만톤, 의류 1점의 무게를 300g으로 잡으면 30억점 가까운 의류가 폐기처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고품 범람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한 대형 의류업체 간부는 "물건이 달리는 사태를 피하고자 여유있게 생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양의 폐기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하면서 가격을 억제한 의류를 짧은 사이클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보급으로 유행이 세분화하고 상품수명이 짧아진 것도 원인이다.

판매비용에서 차지하는 할인판매와 폐기로 인한 손실은 30%에 이른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16년 일본 내 매출액 50억엔(약 500억원) 이상 의류 관련 기업 247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2.3%는 적자였다. 불량재고도 증가추세다.

버버리의 예에서 보듯 사회의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신흥국에서 생산되는 비율이 높은 의류업계는 인권과 환경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런 이미지가 확산하면 브랜드 이미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정량의 폐기를 전제로 한 대량 생산, 대량 판매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폐기되는 상품에 가치를 부가하는 ‘업 사이클’도 확산하고 있다. 대형 ‘셀렉트 숍(Select Shop)’인 빔스는 팔다 남은 신품 의류의 목이나 소매 등에 리본을 붙여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업종의 베이크루스도 팔다 남은 의류를 사들여 디자이너가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고 있다.

chu@fnnews.com 추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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